매년 가을이면 네덜란드 아인트호벤은 술렁거린다. 조용한 도시에 찾아온 열흘간의 시끌벅적함. 열흘간 열리는 ‘네덜란드 디자인 주간(Dutch Desi gn Week)’에 세계 곳곳에서 많은 사람이 방문하기 때문이다. 추운 날씨에도 거리는 사람들로 가득 차고, 도심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이다.
‘네덜란드 디자인 주간’의 주요 행사는 디자인 아카데미 아인트호벤의 졸업전시와 옛 필립스 공장을 개조해서 창조적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는 스트라입 에스(Strijp-s)와 엑스(x)에서 열리는 행사다. 도시의 대표 사업으로 시에서 디자인을 지원하는 만큼, 매년 많은 신진 디자이너가 아인트호벤을 발판으로 디자인계에 진출한다. 그중에서도 ‘네덜란드 디자인 주간’은 그들의 홍보 주력 기간이기에, 도시 곳곳에서 크고 작은 전시들을 볼 수 있다.
스트라입 에스(Strijp-s)
스트라입에스는 비교적 상업적인 공간으로 많은 산업체가 자신의 디자인을 홍보하고, 이름난 디자이너들의 작업이 전시된다. 그에 비해 규모가 작은 스트라입 엑스는 신진 독립 디자이너들의 작업으로 가득 차 있다. 디자인 아카데미 졸업전시의 경우 한 학교의 전시라기보다는 일반 디자인 미술관의 전시라고 볼 수 있을 정도로 규모가 크다. 열흘간 2만 명의 방문객이 다녀갔다니, 그 명성을 확인하고도 남을 일이다.
학부만으로 시작한 디자인 아카데미는 그 명성에 힘을 얻어 10년 전 석사 과정을 시작했다. 이 학교의 특징은 3D 프로그램을 기반으로 물건을 만드는 게 아니라, 직접 재료를 만지고 모델을 만들며 자신이 원하는 디자인을 찾아낸다는 점이다. 그러다 보니 몇 년간 수작업에 능숙해진 학생들의 졸업작품은 마치 바로 판매를 할 수 있을 만큼 마무리가 좋다. 그러나 명성도 시드는 법이기에 전시 수준이 예년 같지 못하다는 평이다. 반면, 그동안 학부들의 손맛에 밀려 빛을 발하지 못했던 석사들의 졸업작품은 디자인과 리서치가 잘 조합되어 더욱 흥미롭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단지 예쁜 작업이 아니라 사회적인 여파와 영향까지 생각하는 디자인에 손을 들어주는 대중을 보면서, 디자이너로서 좀 더 긍정적인 사회의 미래를 꿈꾸게 된다.
디자인 아카데미
아인트호벤은 핀란드의 헬싱키와 함께 2012년 디자인 수도의 후보라고 한다. 다가오는 세계디자인수도서울2010 행사를 위해 바삐 움직일 서울의 디자인 광경을 상상하며, 아인트호벤이 디자인 수도로 선정되기 위한 열띤 노력을 지켜본다. 2012년에 아인트호벤에서 디자인수도 행사가 열리게 되면, 도시는 술렁이다 넘쳐 운하를 타고 사라질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글 류지현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이론과 졸업 IDAS 제품디자인 1년 휴학 디자인 아카데미 아인트호벤 Man & Humanity Master 프로그램 재학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