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와서 처음 정착한 곳은 ‘코엔지(高円寺)’라는 동네이다. 신주쿠에서 전철로 불과 9분 거리지만, 이곳엔 대도시 분위기와는 다른 ‘무언가’가 있다. 옛날에 지은 일본 특유의 작은 집과 가게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코엔지의 매력을 소개하려 한다.
코엔지는 역을 중심으로 남북으로 나뉜다. 북쪽에는 작지만 다양한 색깔을 가진 카페와 상점이 가득한 두 개의 메인 거리가 있다. 비주류 아티스트들이 만든 제품을 모아 파는 셀렉트숍이나 그들의 일러스트 전시가 항시 열리는 카페, 인디 음악을 라이브로 들을 수 있는 레스토랑이 있어 언더 문화를 즐기고자 한다면 발길 닿는 대로 찾으면 된다. 또한, 코엔지가 일본 펑크 음악의 발생지라는 명성을 증명하듯 중고 레코드 가게와 라이브 클럽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간혹 이 곳에서 운 좋게 희귀 음반을 찾을 수도 있어 ‘컬렉터들의 천국’이라 불린다.
금요일 밤부터 코엔지 역은 많은 사람들로 붐빈다. 어깨에 악기를 멘 뮤지션, 절대 눈을 뗄 수 없는 패션의 젊은이들, 정장 차림의 회사원까지 주말의 코엔지를 즐기려는 사람들이다. 거리에는 자유롭게 콘서트를 열며 자신의 음반을 파는 젊은 뮤지션들과 이런 분위기를 즐기려고 맥주 한 캔 들고 그들의 음악에 취하는 관객들이 있다.
역 남쪽에는 약 18km 정도 되는 거리가 중고상점(옷 가게, 생활용품 가게, 서점)들로 조성되어 있다. 코엔지는 하라주쿠와 시모키타자와 다음으로 중고 옷 쇼핑가로 유명하다. 빈티지 스타일의 옷과 가방 같은 패션 아이템들은 다른 곳에 비해 저렴한 편이고, 100년 이상 되어 보이는 웨딩드레스처럼 독특한 옷이나 오래 될수록 빛을 발하는 가죽 제품들도 잘 손질된 상태로 판매하고 있어 지갑은 가볍지만 독특한 것을 찾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전철이 지나가는 길 아래에는 소박한 분위기의 야끼도리(꼬치구이) 가게가 즐비하다. 쇼핑도 클럽도 별로라면 맥주 박스로 만든 테이블과 작은 플라스틱 의자가 있는 노천 술집에 앉아 여름 밤 내내 맥주와 꼬치 그리고 수다를 즐길 수 있다.
소소한 일상 속에 코엔지만의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작은 움직임이 사람들을 코엔지로 끌어들이는 매력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그래서인지 코엔지는 젊은이들이 가장 살고 싶어하는 곳으로 꼽히고 있고, 실제로도 젊은 인구의 비율이 가장 높다고 한다. 만약 언더, 레트로, 빈티지 같은 단어에 끌리고, 지갑이 가볍다면, 코엔지에서 또 다른 일본을 경험해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