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경제학 이론에서 설명하는 시장이론은 어렵지 않다. 수요와 공급 곡선을 잘 예측해 균형점을 찾아내면 된다. 문제는 ‘예측’이다. 예를 들어보자. 사람과 닮은 인공 인형으로 의학적 실험을 한다고 가정하자. 치과에서 볼 수 있는 치아모형이나 심장외과에서 심장모형을 흔히 볼 수 있듯이 모형은 특정단위로 쪼개 단순화할 수 있는 구체적 영역에서 쓰임새가 좋다. 하지만 좀더 다양한 인체 메커니즘을 규명하기 위해 인간과 극히 유사한 정교한 인형을 만들고자 한다면 즉시 문제에 봉착하고 만다. 세포모형은 세포가 아니며 신경모형은 신경이 아니다. 모양의 구성이 곧 작동의 구성이 아닌 것이다.
같은 이유로 시장모형도 실제시장이 아니다. 모형으로 예측한 결과값은 현실의 시장에서 빈번히 어긋난다. 심지어 어느 정도의 ‘오차’는 그렇다 해도 사이클에 대한 소위 전문가들의 예견, 즉 아주 단순하게는 예측하고자 하는 가까운 미래의 상승과 하락의 추이, 즉 트렌드마저 번번이 어긋난다. 이것은 기상청 예보를 믿었다가 맑은 날 우산을 잃어버리거나 소나기를 미처 피하지 못해 비를 맞은 시민이 분통을 터뜨리는 것과 유사한 경험이다.
그렇다면 첨단과학의 고도화 시대에 진입한 21세기에조차 이토록 시장예측이 힘든 데 대한 전문가의 변명은 무엇일까? 그것은 ‘불확실성’이라는 한 단어로 축약된다. 가격과 비용이 변동하고 시장의 거래조건이, 나아가 시장구조 자체까지 매순간 변화하기 때문에 사실 우리의 세계에는 불변하는 ‘안정’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복잡계의 특성
마케팅 환경으로서 복잡계가 갖는 몇 가지 주요특성을 먼저 이해해보자. 첫 번째는 ‘초기조건의 민감성’이다. 로렌츠의 나비효과로 알려진 이 특성은 총 쏠 때 사격자의 약간의 각도차이가 사격거리가 멀수록 탄착점의 큰 차이로 나타난다는 예로 쉽게 알 수 있다. 하지만 시작의 작은 차이가 결과의 큰 차이를 발생시킨다는 자체가 복잡성은 아니다.
두 번째로 탄환이 날아가는 과정에 보이지 않는 수많은 변수가 개입한다는 ‘경로종속성’이다. 탄환이 날아갈 때 개입하는 공기의 밀도, 바람의 존재여부, 풍향과 풍속, 중력의 작용 등이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 이것이 순차적으로 분석 가능하고 선형적이라면 그래도 단순계에 속한다. 복잡계는 각 변수를 분리해 계산하기 어려운 차원으로 얽혀 상호작용하므로 독립변수와 종속변수 간의 인과관계를 모형화하기 어려운 경우이다.
세 번째는 임계점과 상전이의 존재이다. 양적인 축적이 어떤 값에 도달했을 때 질적으로 변화하는 현상에서 그 특정값을 임계점이라고 한다. 임계점에서는 이전의 상태와 전혀 다른 새로운 상태가 나타나는데 이것을 어떤 형상이 전화된다고 하는 ‘상전이’라고 부른다. 물이 섭씨 100도로 가열될 때 액체상태에서 기화돼 버리는 현상과 같다.
사격과 탄환의 예를 커뮤니케이션 과정으로 바꿔보자. 마케팅의 핵심은 어떤 정보를 네트워크에 발산하려는 노력이다. 정보발신자가 존재하며 커뮤니케이션 연결망의 구조가 있고, 그 안에 속한 개체들의 속성이 있다. 이들은 정보수용자인데 단순히 발신된 정보를 수용하고 마는 것이 아니라 이를 해석하고 매개하며 커뮤니케이션 과정에 개입한다. 그 결과 재해석되고 재매개된 수많은 초기 정보 발신의 반사현상이 일정 기간 후 특정 시점에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의 결과물로 네트워크에 나타나게 된다. 최악의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은 중간과정에 거의 흡음돼 흔적조차 남지 않는 경우인데 우리는 이를 현실 속에서 허다하게 경험하고 있다.
복잡계 마케팅 실현의 길
마케팅이 실행되는 계는 최소한 세 개의 층위구조로 구성돼 있다. 물리적으로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연구개발, 제조, 유통의 연결망이 있다. 그 이면에는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정보연결망 구조가 놓여있다. 더 심층적으로는 네트워크에 속해있는 다양한 인간개체의 심리적 구조가 작동한다. 심층으로 갈수록 메커니즘은 모호성의 심연으로 빨려든다.
하지만 단순계에서 방정식과 같이 결과를 예측하는 모형의 유용성이 있다면 복잡계는 과학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게임의 무수한 반복으로 실험하는 시뮬레이션이라는 방법론이 주목받고 있다. 복잡계 시장환경에서의 마케팅을 지원하는 이론과 사례가 빠르게 진화하고 있기도 하다. 지금 중요한 것은 복잡계와 복잡성을 현실적 현상으로 인정하고 받아들이고자 하는 이해의 노력이다. 그것이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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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계 마케팅을 성공시키기 위해서 일방적, 폐쇄적 커뮤니케이션은 금물이다. 증폭되는 불확실성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예측을 잊고 통제를 포기해야 한다. 그렇다면 복잡계 마케팅은 운에 맡기고 막 흘러가면 되는 것이냐고 묻는다면 그렇지 않다. 불확실성을 적으로 삼는 것과 친구로 삼는 것의 과정과 결과는 완전히 다르다. 앞서 말한 민감한 초기조건이라는 복잡계 특성에는 분명히 마케터의 노력이라는 변수가 유의미하다. 복잡계 마케터는 ‘정보 커뮤니케이션 심리 공학’을 전공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대학에 이런 학과나 과목은 존재하지 않는다. 먼저 시작하는 자가 개척자이자 선점자가 될 것이다.
복잡계는 수많은 변수로 이뤄져 있으며 그들의 ‘관계’에 의한 상호작용과 환경조건에 따라 각기 다른 결과를 내므로 예측이 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