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꿈이 없다. 단지 ‘순간’을 살아갈 뿐이다.” 여느 백수의 입에서 나올 법한 말입니다. 하지만 이 말은 꿈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대한 TBWA 박웅현 ECD의 대답입니다. 광고계의 내로라하는 인물, 크리에이티브 영역도 모자라 인문학에 철학까지 두루 섭렵한 그가 꿈이 없다니요?? 삶은 미래지향적인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의 합’이라 말하는 그 TBWA코리아의 박웅현 ECD를 만나보았습니다.
TBWA 박웅현 ECD
인문학을 공부해선 안된다
밀란 쿤데라, 김훈, 알랭 드 보통, 카뮈, 유홍준. 그가 좋아하는 작가다. 여러 작가를 나열했지만 도통 한 가지로 특징지을 수 없는 묘한 집합의 작가군. 다양한 책을 읽었기 때문일까? 그는 취향조차 파악하기 힘들다. 그에게 책은 일상이다. 여유로운 오후 차 한 잔 마시듯 책을 들고, 딸을 만나고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책을 본다. 몸에 밴 습관처럼 책 펼치는 모습이 자연스럽다. 그에게 책은 생활이기에 인문학적 깊이를 더함에 부담이 없다. 자연스레 쌓인 인문학은 어느 순간 ‘뻥’하고 터져 나와 광고가 된다.
광고는 발견이다
우연히 넘어지는 아이를 본다. 자신도 모르게 손 내밀어 아이를 일으킨다.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이 모습은 그가 만든 SK의 기업광고 ‘사람을 향합니다’ 중 ‘넘어진 아이는 왜 일으켜 세우십니까’편의 한 장면이다. 동시에 그가 겪은 일상이기도 하다. 그는 넘어지는 아이를 도와주며 ‘인간에게는 인간을 보호하려는 본능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누구나 겪었음직한, 그러나 미처 발견하지 못한 생활 속에서 그는 광고 크리에이티브를 발견한다. 이것이 크리에이티브를 얻기 위해 그가 생활하는 방식이다.
크리에이티브적으로 생활하기
그처럼 크리에이티브한 사람이 되고 싶은가? 그렇다면 보지(See)말고 보라(Watch)! 그리고 듣지(Hearing)말고 들어라(Listening)! 그는 크리에이티브를 얻기 위해 ‘생활을 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그가 말하는 생활법에 주의할 점이 있다. 바로 생활하되 단순히 살지 말고, 삶을 즐기되 온몸의 감각을 세워두는 것, 그것이 포인트다. 단순히 보고 듣는 행위는 그 자체로 끝이지만 감각을 통해 보고 듣고 느낀 모든 것은 언젠가 크리에이티브로 폭발할 수 있다. 크리에이티브를 위한 생활을 하려거든, 모든 사물을 視聽(시청)하지 말고 見聞(견문)할 것!
당신은 얼마나 예민한 사람인가
광고장이가 되려면 많이 웃고, 많이 울고, 많이 느끼고, 많이 보고, 많이 경험하라. 그는 영화를 보고 줄거리를 파악하기보다 한 방울의 눈물로 감동하고, 길을 걷다 발견한 그림에 몸이 전율해 발길을 멈출 수 있도록 감성 풍부한 사람이 되라고 말한다. 만일 일상에서 온몸으로 감동을 느낄 수 있다면 당신도 이미 크리에이티브적인 생활에 한 걸음 다가선 셈이다.
‘視而不見 聽而不聞’(시이불견, 청이불문)
크리에이티브적으로 살려거든 온 감각으로 보고 들으라는 의미의 문구를 사무실 벽면에 적어 놓았다.
‘부지런히 간다. 왜 가는지 모르고 가야 하니까 간다. 간다고 혼나면서….’
앞만 보고 걷는 강아지 모습이, 현재라는 길을 충실히 걷는 그의 모습과 닮아있다.
2009 월간 웹 1월호
Creative propose-광고계의 구루와 인문학으로 대화하기 written by 안유나 기자 edited by websmedia 저작권자 ⓒ 웹스미디어 컴퍼니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