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서동희 (파리 소르본 대학 미술사 박사과정) 장소 그랑 팔레 (Grand Palais) 기간 2010.1.13~2.21 사이트 http://www.monumenta.com
2007년부터 시작, 매년 대형 작가를 초대하는 기획전 ‘모뉴멘타 (Monumenta)’가 올해 역시 성황리에 개최되어 막을 내렸다.
2010년의 작가로는 크리스티앙 볼탕스키(Christian Boltanski)가 선정되어 그랑 팔레의 넓은 공간을 작품으로 채웠다.
1900년에 건축된 그랑 팔레 전경
까트린 그르니에(Catherine Grenier)가 기획한 이 전시회의 제목은 ‘사람들 (Personnes)’. 복수형으로 사용된 프랑스어 ‘페르손’을 해석하면 ‘사람들’이라는 뜻이지만, 이 단어가 부정적으로 쓰이게 되면 ‘아무도’ 혹은 ‘누구도’ 라는 역설적 의미를 갖는다.
1944년 파리의 한 유태계 가정에서 출생한 크리스티앙 볼탕스키는 1970년대부터 현대미술의 최전선에서 국제적 활동을 시작했다.
이번 ‘모뉴멘타’ 전시의 주요 소재인 낡은 옷은 1988년부터 작업의 중심이 되기 시작했다. 전시의 또 다른 한 축이 되는 청각적 작업은 그가 전 세계를 돌며 수집한 인간의 심장박동 소리이다.
언젠가는 멈추어 버릴 움직임의 소리를 영원하게 하는 작업이랄까, 이번 전시에서도 한 켠에 ‘심장보관소’라는 부스가 따로 마련되어 원하는 관객의 심장박동소리를 녹음하여 보존한다.
바닥에 놓인 옷
전시장을 일별해 보면 우선 바닥에는 수평적으로 깔아놓은 옷가지들이 보이고 다른 한쪽에는 산처럼 거대하게 쌓아놓은 옷더미가 있다.
그리고 높이 쌓인 옷더미 꼭대기에서 큰 기중기가 우연히 들어 올려진 몇 개의 옷들을 천정까지 끌어올렸다가 떨어뜨리기를 반복한다.
천정의 유리돔으로부터 자연채광이 비춰지는 낮의 모습
69개의 정방형 안에 놓인 옷 위로는 형광등이 낮게 걸려 있고, 자연채광이 들어오는 전시장은 해넘이 이후로 점차 어두워지는 과정을 관객에게 체험케 한다.
복잡한 미장센처럼 보이는 설치이지만, 실상 사물과 빛, 소리의 결합이라는 비교적 간단한 개념의 구성으로 전시가 이뤄지는 것이다.
그의 작업에는 사라져간 영혼들과 죽음의 소재가 늘 함께 한다. 2차 세계대전을 직접 체험한 세대는 아니지만, 유대인 출신으로서의 그의 생애에 전쟁과 학살이라는 트라우마가 관통했음을 우리는 짐작할 수 있다.
볼탕스키 작업의 큰 테마인 중고의류는 분명히 누군가의 몸에 밀착되어 있었던 과거를 지녔으리라. 낡고 구겨진 옷들에는 지금은 부재하는 옷 주인의 영혼이 깃든 느낌이 포착된다.
허물만 남은 듯한 익명의 옷을 통해 개인의 인간성, 정체성을 무화시키고 죽음의 이미지를 드러내는 것이다.
삶과 죽음에 관한 개인적인 신화를 기록하는 아티스트 크리스티앙 볼탕스키. 그는 죽음을 이야기하는 동시에 사라지는 것들을 끊임없이 구조하려 한다.
인간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음을 향해 간다. 죽음이야말로 우리 삶에서 누구도 거부할 수 없고, 변하지 않으며, 완벽하게 확신 가능한 단 하나의 진실일 것이다.
피할 수 없는 죽음이 있기에 우리에게 주어진 삶은 더욱 아름답다.
2010 월간 웹 4월호 해외갤러리-모뉴멘타
written by 서동희 (파리 소르본 대학 미술사 박사과정) edited bywebsmedia 저작권자 ⓒ 웹스미디어 컴퍼니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