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뉘른베르크로 가는 기차에 오른 건, 매년 세계 최대 규모로 열리는 장난감 페어에 방문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뉘른베르크를 인터넷에서 검색하면 전쟁, 인체실험, 전범 재판 등 험한 단어들이 눈에 띈다. 뮌헨에서 170km 정도 떨어진 인구 50만의 도시 뉘른베르크. 크리스마스 시장과 화가 알브레히트 뒤러(Albrecht Durer)로 유명한 이 도시에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유대인 학살 계획이 이곳에서 세워지고 다져지고 뻗어나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뉘른베르크는 나치 정권의 핵심 도시였다.
2차 세계 대전 중에는 무기 제작 등 나치 전쟁 거점으로서의 역할도 했으나, 미국의 폭격으로 1시간 만에 도시의 90퍼센트를 잃었다고 한다.
하지만 중앙역에서 나와 조금 걸어 들어가면 나오는 도심의 거리는 동화책에서 보던 독일다운 느낌의 오래된 건물로 가득하다.
뉘른베르크는 전쟁 후에 도시 전체가 전쟁 전과 똑같은 모습으로 복원되었다고 한다. ‘깨끗하지만 오래된’ 느낌을 가진 도시라서 그런지, 영화 세트장에 서 있는 것 같다. 몇 년에 걸쳐 다시 세워진 천 년의 역사가 자연스러워지기 위해서는 좀 더 오랜 시간이 필요한 듯하다.
장난감 페어 기간인 만큼, 도심은 사업가들과 개인 수집가들로 가득했다. 온갖 종류의 근사한 장난감을 한 곳에서 자유롭게 볼 수 있을 거란 기대와는 달리,페어는 비즈니스에 초점을 두고 있다.
개인적으로 아쉬운 마음이 들기는 하지만, 장난감 시장의 규모와 그 다양성을 체험하기에는 충분했다.
다비드 아르투포(David Artuffo)
페어 장소를 뒤로하고 찾은 장난감 박물관은 우리가 장난감이라 부르는 것들의 오랜 역사를 켜켜이 담고 있다.
나무 장난감부터 시작해서 영화가 만들어진 시기에 나오던 활동사진 장난감, 인형의 집, 스스로 움직이는 기차 등 200년 전, 혹은 100년 전 아이들이 어떤 꿈을 꾸었는지 상상하게 해준다.
동화에나 나올 것 같은 시가지에 있는 장난감 박물관과 비즈니스를 위해서든 개인적 열정이든 장난감을 위해 모여든 사람들. 분명히 뉘른베르크는 낭만적일 수도 있는 것들로 가득했다.
하지만, 전쟁 후 복원된 고딕스타일 성당을 바라보니, 낭만적이지 만도 않고 장난감을 볼 때처럼 마음이 달콤하게 녹지도 않았다.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가려는 도시가 매서운 역사의 바람이 휘몰아쳤던 과거의 도시를 지우고 있는 듯해서였다.
그래서 뉘른베르크는 맛있어 보이지만 아이들의 노동 착취로 만들어진 초콜릿 마냥 씁쓸했다.
글 류지현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이론과 졸업 IDAS 제품디자인 1년 휴학 디자인 아카데미 아인트호벤 Man & Humanity Master 프로그램 재학 중
2010 월간 웹 4월호 World report‘나치, 그리고 장난감의 도시 edited bywebsmedia 저작권자 ⓒ 웹스미디어 컴퍼니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