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적을 만무하고 택시기사 아저씨들은 살가운 면이 있다. 어젯밤 늦게 택시를 타고 돌아오는 길에도 어김없이 택시기사 아저씨가 필자에게 이것저것 물어봤다. 그들의 질문 중 가장 흔한 것이 바로 직업을 묻는 것이다.
“무슨 일 해요, 아가씨?” “그래픽 디자이너요.” “오! 패션?” “…….”
“무슨 일 하세요?” 라는 질문을 받으면 두려움부터 엄습한다. “그래픽 디자이너요”라고 답하면, 첫 번째는 패션 디자이너, 두 번째는 웹 디자이너, 세 번째는 포토샵에 관련된 질문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자신이 하는 일을 쉽게 설명할 줄 알아야 하는데, 그것이 필자에겐 부담스럽다. ‘그래픽 디자인’이라는 단어가 간단명료하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대중의 낮은 이해를 확인할 때마다 약간의 불만이 쌓이기도 한다. 1922년, 윌리엄 애디슨 드위긴스(William Addison Dwiggins)가 자신의 에세이에 처음으로 ‘그래픽 디자인(Graphic Design)’이란 단어를 썼다. 이후 ‘그래픽 디자인’은 드위긴스가 당시 부여한 의미보다 더 넓게 쓰이고 있다. 그래픽 디자인은 인쇄 미술(printing art), 상업 미술(commercial art), 그리고 광고 디자인(advertising design) 등을 아우르는 의미로 쓰였다. 드위긴스는 인쇄 기술의 발달로 인한 여러 형태의 그래픽 디자인에 대해 암시했으며, 실제로 그래픽 디자인은 광고와 상호작용하며 마케팅과 브랜드 아이덴티티라는 거대한 크리에이티브 산업을 일궜다.
나아가 그래픽 디자인은 단지 미적 감각을 만족시키는 것에 그치지 않고 디자이너 저작권이라는 한층 고차원인 욕구를 갈구하고 있다. 1996년에 마이클 록(Michael Rock)은 그의 에세이에 ‘그래픽 저작권(Graphic Authorship)’이란 제목으로 디자이너가 저자(Author)로서 갖는 의미가 무엇인지 자세히 설명했다. 그리고 뉴욕 S.V.A 석사과정에서는 ‘The Graduate Program for the Designer as Entrepreneur(기업가로서의 디자이너를 위한 대학원 과정)’라며 디자이너의 저작권을 강조했다. 실용적이기로 유명한 ‘Art Center College of Design’의 디자인 학장은 “이미 잉크는 종이를 떠났다”고 강조하며 그래픽 디자인이 프린팅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글을 쓰다보니 그래픽 디자인에 대한 개념이 필자의 머릿속에 다시 정리되는 듯 하다. 하지만 상업적, 학문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그래픽 디자인이 단지 포토샵에 국한된 게 아니라는 걸 택시기사 아저씨에게 설명하기엔 시간이 조금 부족하다. 누군가 또다시 필자에게 무슨 일을 하느냐 묻는다면, 아마도 그냥 미술학도라고 대답할지도 모르겠다.
[그래픽 디자이너의 공간]
[디자인 소프트웨어 아이콘들]
2010 월간 웹 5월호 world report - 나는 그래픽 디자이너입니다 written by 박설미 Opto Design 디자이너 School of Visual Arts, BFA 졸업 edited by websmedia 저작권자 ⓒ 웹스미디어 컴퍼니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